Sunday, September 12, 2010

브라이언 오서의 김연아 트레이닝 방식은 그룹 과외?

예전 유럽 남자 피겨 챔피언을 지냈고, 한국에서 열린 아이스쇼에도 몇 번 참가해서 낯이 익은 토마스 베르너 (혹자는 배대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 무려 경쟁 대회에서 점프 직전 한국 관중이 근거리에서 플래쉬를 터뜨려 넘어졌는데도 큰 문제를 삼지 않고 넘어갔던... 흔치 않은 서양 대인배이다)

비시즌 기간 다 그렇지만 베르너도 여기 저기 훈련할 곳을 알아본 모양이다. 다음 링크는 베르너가 그 중 미국과 캐나다에서 훈련한 경험에 대한 기사이다.


영문이니 각자 읽어보고, 내가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다음과 같다.

미주에서의 훈련 방식은 유럽과는 매우 다릅니다. 중략. 나는 브라이언 오서에게 2주 훈련 받았어요. 브라이언이 모든 스케이터와 함께 작업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좀 당황스러웠지만 첫 주는 나쁘지 않았어요. 개인 교습은 없어요. 그는 40분간 트레이닝을 해요. 빙판 위에는 동시에 10-12명의 스케이터들이 있죠.

여러 영상들이나 글들을 보면 김연아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저 하루에 40분씩 교습을 받는 10-12명의 스케이터들 중 하나. 우리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세계 최고 레벨의 국대선수가, 개인 교습이 아니라 10-12명의 서로 다른 수준을 가진 스케이터들 사이에 섞여 그룹 과외 모양으로 하루에 40분씩만 브라이언 오서에게 가르침을 받았다는 건데. 호오. 나같아도 코치 바꾸고 싶겠는데?

휴우. 다른 건 몰라도 브라이언 오서가 혼신의 열정을 다해서 박봉을 받으면서 김연아를 키워낸 개인 코치라는 말은 하지 말자. 그저 그는 하루에 40분씩 10-12명 스케이터들에 김연아를 포함시켜 그룹 훈련을 시킨 클럽 코치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브라이언 오서는 시급 13만인데, 선수 1인에 대한 훈련이 아니고, 10-12명 사이에 끼어서 훈련한 후 1인당 시급 13만원이다. (헉 그럼 사실상 시급 130만이냐 -_-;) 40분을 10명에게 골고루 나누면 (다들 시급 내는 선수들이니 한 명에게 편중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한 명당 개인적으로 코칭 받는 시간은 단 4분에 불과하다. 물론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코칭 내용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환산하는 것을 곤란하지만, 특성상 김연아 선수가 세계 피겨 원탑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코칭 내용으로 뭔가를 많이 배웠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어쨋든, "김연아"만을 대상으로 한 코칭 시간은 4분을 넘기 힘들었다는 계산.

이쯤 되면 김연아가 자신의 개인 코치 브라이언 오서를 해고한거냐? 아니면 브라이언 오서가 운영하는 그룹 과외에서 김연아가 탈퇴한거냐? 이 미묘한 관점의 차이는 매우 크다. 전자는 브라이언 오서가 한명의 애제자를 두고 있었는데 (대가의 모든 것을 사사받는 느낌?) 애제자가 그만 둔거고, 후자는 브라이언 오서가 그룹 트레이닝을 하고 있었는데 그 중 일원이었던 김연아 선수가 그만둔 거고.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후자가 진실에 가까운 것 같다. 그리고 후자가 진실이라면 나는 왜 이런 것이 그렇게 시끄러운 문제가 되었는지조차 의심스러워진다. 어차피 개인 코치라는 건 이름 뿐이고, 흔히들 우리가 생각하는, 뭔가 자신의 모든 것을 사사해주는 스승이란건 원래 없었는데 말이다.

내가 예전에 썼던 글:

김연아 코치 브라이언 오서 주급 65만원. 시급 13만원.


업데이트 해야겠네. 이 때의 계산은 최소한 김연아선수에게 한시간을 풀로 투자한다는 생각이었으니까. 근데 진실은 10-12명을 동시에 코칭하니까. 두 가지가 바뀐다.

하나, 이 것은 그룹 코칭이다. 그룹 코칭의 특성 상, 돈을 더 주고 싶어도 함께 강습받는 다른 스케이터들과 다르게 줄 수 없었을 것이다. 원래 내는 돈이 딱 정해져 있는 거니까. 똑같은 코칭을 같이 받은 다른 선수가 13만원 내는데 내가 100만원 낼 필요가 있을까? 만약 그랬다면 왕따 당하기 십상.

둘째, 그래서 브라이언 오서의 시급은 13만원이 아니고, 130만원이 된다. 오해가 있을 수 있으니 구분해서 쓰자. 브라이언 오서는 (내가 가르침을 받으려면) 시급 13만원 비용의 코치가 맞는데, 브라이언 오서는 (동시에 10-12명을 가르치므로) 시급 130만원을 받는 코치이다. 쉽게 말해서, 한시간 일하면 130만원을 번다. 요즘 모두가 사고 싶어하는 아이폰 4를 사기 위해서 (요금제 4만 5천, 20만원으로 잡으면) 9분을 일하면 되는 사람이다. 우리 기준에 맞게 하루 8시간 일한다고 생각하고 연봉으로 환산하면 25억 정도 되는 것 같다. 스케이팅 코치, 나쁘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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