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 주급, 연봉에 민감한 평범한 월급장이로서 정말 많이 놀라서 글을 써 봅니다.
이러한 특별한 상황(하루에 한시간 가르침)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주급, 연봉 이렇게 환산하여 비교하는 것이 이상합니다. 누구는 8시간 일한 것으로, 누구는 한시간 일한 것으로 비교하면 안 되겠죠. 그러면 당연히 시급으로 비교해야겠지요. 다음은 2009년 노동부에서 발표했다고 하는 한국의 직종별 연봉순위입니다. (노동부 링크는 아니구요, 블로그 링크 펍니다: http://hantory.tistory.com/111)
편의상 브라이언 오서 연봉을 계산할 때 적용한 방식, 연봉 = 시급 x 하루에 일한 시간 x 5일 근무 x 4주 x 12달로 할께요.
(브라이언오서 - 시급 13만원)
5위 기업임원 (대기업만 포함한 것은 아닌듯) - 연봉 6333만원, 시급 3.3만원 (오서의 1/4)
4위 변호사 - 연봉 6884만원, 시급 3.6만원 (오서의 1/3.7)
3위 대학총장학장 - 연봉 6889만원, 시급 3.6만원 (오서의 1/3.6)
2위 안과의사 - 7069만원, 시급 3.7만원 (오서의 1/3.5)
1위 도선사 - 9147만원, 시급 4.8만원 (오서의 1/2.7)
브라이언 오서는 박봉이 아니네요. 이 오해는 어디서 왔나요? 브라이언 오서는 하루에 한 시간만 김연아를 위해 일했지만, 우리 머리 속에 있는 주급, 월급, 연봉은 하루에 8시간을 일한다고 생각하고 입력되어 있기 때문이죠. 브라이언 오서가 하루에 8시간을 김연아를 위해 일한다면? 연봉 24960만원, 즉 2억 5천이에요. 즉, 오서는 상대 비교로 봐도 단가가 싼 코치가 아니에요. 대한민국 1위 연봉 직종 도선사의 2.7배, 안과의사의 3.5배를 받으니까요. 위의 리스트에서 수당, 보너스 같은건 빠진거 아니냐? 이렇게 물으신다면 브라이언 오서도 김연아 덕에 CF를 찍었고, 이 부분이 제외된 시급이라는 말씀을 드릴께요.
흠. 조금 더 볼까요?
대기업 신입 평균 연봉 - 3193만원, 시급 1.7만원 (오서의 1/7.6)
대한민국 대통령 - 연봉 1억 5621만, 시급 8.1만원 (오서의 1/1.6)
오서는 대한민국 대통령 보다도 1.6배 많이 받고 있군요. 즉 김연아는 오서에게 대한민국 대통령의 1.6배 만큼 시급으로 지급을 했군요. 다만 오서가 주당 5시간만 일했을 뿐이죠. (흑흑 보통 대한민국 직장인들이 평균적으로 주당 50-60시간 일한답니다)
그런데 왜 헷갈리게 주급이 65만원이라는 이야기만 기사에 가득한지 모르겠어요. 브라이언 오서가 하루에 한시간을 김연아를 위해 쓰고나면 나머지 시간에 지쳐서 쉬어야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오히려 시급 13만원 (=대통령의 1.6배) 이렇게 알려졌다면 어땠을까요? 이런 부분이 팩트는 하나이되 작은 뉘앙스 차이로 도출되는 결과 자체를 바꾸어놓는 겁니다.
저는 40세에 가까운 월급장이입니다. 끽해야 앞으로 10년 더 다니겠죠. 제 시급, 제가 잘 알고 있어요. 기사에 브라이언 오서, 시급 13만원의 헐값에... 저는 정말 놀랐습니다. 피겨 코치, 많이 받는구나. 시급 13만원이 얼마나 도달하기 힘든 수준인지 알고 있었거든요. 많은 분들이 직장인의 꿈 처럼 이야기하는 연봉 1억. 시급 얼마인지 아세요? 5.2만원이에요.
결코 브라이언 오서는 헐값으로 일한 코치가 아니에요. 김연아에게 시간 투자를 얼마 하지 않은거죠. 똑같은 사실을 가지고도 해석이 이렇게 다를 수 있어요. 시급 13만원. 김연아가 헐값으로 부린게 아니라, 브라이언 오서가 김연아에게 시간을 얼마 투자하지 않은거에요. 우리 모두에게 브라이언 오서-김연아 관계는 완벽해 보였기 때문에 브라이언 오서는 김연아에게 모든 것을 투자하는 사람으로 인식되었을 뿐. 그래서 모든 것을 투자하는데 연봉 3천? 하고 놀랐던 거죠. 그러나 오서는 알고보니 김연아에게 하루 한 시간 투자했던 거구요.
왜 가르치는 시간이 고작 하루에 한시간이라는건 대서특필되지 않나 모르겠습니다. (예상 제목: 올림픽 챔피언, 전담코치에게 하루 한시간밖에 훈련받지 못하다) 저는 하루에 한시간 가르친다는 사실만 가지고도 많이 놀랐습니다. 명색이 전담 코치인데 전담이면 김연아 훈련 전체를 총괄하면서 관리감독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럼 왜 하루에 한시간만 가르쳤을까? 김연아가 오서에게 하루에 한시간 이상은 싫어요? 라고 했을까요? 아니면 오서가 다른 선수들 가르치느라 바빠서 한시간만 시간을 냈을까요? 여러분의 판단에 맡깁니다.
[업데이트]
원 글을 쓸 때의 계산은 최소한 김연아선수에게 한시간을 풀로 투자한다는 생각이었으니까. 근데 진실은 10-12명을 동시에 코칭하니까. 두 가지가 바뀐다.
하나, 이 것은 그룹 코칭이다. 그룹 코칭의 특성 상, 돈을 더 주고 싶어도 함께 강습받는 다른 스케이터들과 다르게 줄 수 없었을 것이다. 원래 내는 돈이 딱 정해져 있는 거니까. 똑같은 코칭을 같이 받은 다른 선수가 13만원 내는데 내가 100만원 낼 필요가 있을까? 만약 그랬다면 왕따 당하기 십상.
둘째, 그래서 브라이언 오서의 시급은 13만원이 아니고, 130만원이 된다. 오해가 있을 수 있으니 구분해서 쓰자. 브라이언 오서는 (내가 가르침을 받으려면) 시급 13만원 비용의 코치가 맞는데, 브라이언 오서는 (동시에 10-12명을 가르치므로) 시급 130만원을 받는 코치이다. 쉽게 말해서, 한시간 일하면 130만원을 번다. 요즘 모두가 사고 싶어하는 아이폰 4를 사기 위해서 (요금제 4만 5천, 20만원으로 잡으면) 9분을 일하면 되는 사람이다. 우리 기준에 맞게 하루 8시간 일한다고 생각하고 연봉으로 환산하면 25억 정도 되는 것 같다. 스케이팅 코치, 나쁘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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